여행이 너무 즐거웠어서 후기 남기러 왔습니다.

사실 제가 배달의 족속을 쓸 때도 후기를 안 남기는데요(사유:귀찮음)

또 제가 쓰고 싶으면 후기를 쓰는 편이라ㅎ 별 건 아니지만 후기를 작성해보려고 합니다.

저희는 5인 가족으로 오키나와를 다녀왔는데요, 시작이 좋지 못했어요.

새벽같이 출발했는데 비행기가 여러번 연착되고, 도착했더니 해질 시간인데다 비까지 오고…. 다들 여러모로 지쳤던 상태라 컨디션이 좋지 못했는데요, 그래서 첫날엔 일정을 다 소화하지 못했어요. 시간상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우미카지테라스를 포기하고 류큐성과 국제거리만 갔는데요, 사실 그렇게 간 것도… 가이드님 덕에 가능했습니다. 원래라면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 저녁을 먹은 후 6시 반~7시 쯤에 호텔 체크인했어야 했는데, 류큐성>저녁>국제거리 순서로 일정을 마치고 체크인하는 걸로 조율을 해주셨거든요. 퇴근하셔야 했을 가이드님이 저희를 위해 8시 30까지 동행을 해주셨어요ㅠㅠ 공항에서 계속 늦어지는 저희 가족을 기다리는 것도, 연장근무도, 전부 피곤한 일이었을 텐데 계속 친절하게 괜찮다며 함께 일정 소화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습니다. 

우선 류큐성! 우중충하고 비가 오는데도 상당히 볼 게 많았어요. 전정 내부에는 못 들어갔지만, 나하 시내 풍경과 성 주변의 독특한 건물들, 그리고 처음보는 식물들 구경하는 재미가 은근 있었습니다. 날이 좋았더라면 훨씬 즐거웠겠지만요…

첫째날 저녁은 철판스테이크였는데요, 제가 생각한 건 둘 중 하나였거든요.  코스로 여러개 나오는 철판야끼와 단품처럼 고기와 야채를 구워주는 철판스테이크. 그런데 제 기억에 양쪽 다 양이 적었어서… 아무래도 어르신들은 여행다닐 때 밥을 잘 드셔야 만족하시니까 배가 고프시진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그치만? 양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고기는 심지어 좀 남겼어요. 카레스프랑 밥을 같이 주니까 같이 드시면 좋을 거 같아요. 철판구이 양념이 꽤 짭짤하거든요. 가이드분이 갈릭라이스가 맛있다고 추천해주셨는데 저는 맨밥이 좋아서 저만 맨밥을 시켰고… 결국 후회했습니다. 갈릭라이스가 훨씬 맛있습니다. 고기랑도 훨씬 더 어울립니다. 어른들도 다 좋아하셨어요. 괜히 추천하시는 게 아니었어요^-ㅠ

배 두드리면서 나와서 돈키호테에 갔는데, 이제 여기는 조금 아쉬웠던 게 돌아다니면서 구경을 더 하고 싶었는데 시간과 개인적인 이유로 그러질 못했네요. 부모님이 그거 하나는 좀 아쉬워하셨어요. 비행기 연착만 아니었어도 재래시장 구경도 했을 건데 말이에요! 시간이 늦어져서 문 닫은 가게가 제법 많았습니다ㅠㅠ 그래도 돈키호테에서 어른들 가져가실 기념품도 알차게 잘 챙기고, 동생은 그렇게 좋아하는 곤약젤리도 한바가지 챙겼습니다.

둘째날은 날씨가 너어어어어어무너무 좋았어요!! 첫째날의 아쉬움을 전부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날이 좋으니까 차를 타며 이동하는 것도 즐겁더라구요. 츄라우미 수족관은 생각만큼 크지는 않지만 볼거리가 알차게 많았습니다. 푸드트럭에서 간식도 사먹고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해변가 산책도 즐거웠어요.

만좌모는 조금 아쉬웠네요. 저는 만좌모 위로 관광객들이 가는 건 줄 알았는데 멀리서 보는 거였어서… 그냥 가볍게 풍경 구경하는 산책코스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기대하지 않았던 게 바로 아메리칸빌리지였는데요. 의외로 아메리칸 빌리지도 구경할 게 많았어요. 시간이 좀 더 있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여행에 익숙하신 분들이면 아마 돈도 많이 쓰셨을 거예요ㅋㅋㅋㅋ

둘째날은 석식보다 중식이 훨씬 좋았습니다. 중식 장소가… 일단 풍경이 진짜… 이걸 사진으로 보여드려야 하는데… 통유리창으로 에메랄드빛 바다가 가득 차서 보여요. 거기서는 그냥 맨밥에 물 말아먹어도 맛있겠다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그런 풍경에 3단 찬합에 담겨 나오는 일식까지 더해지니 대접받는 느낌을 줘서 어르신들께 인기가 좋았습니다. 저희 엄마가 몸이 안 좋으셔서 못 드시는 음식이 많은데요, 드실 수 있는 것만 드시면 영양소가 부족해서 금방 기운이 없어지시거든요. 그런데 반찬 종류가 다양해서 영양소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었고 대체로 엄마 입에도 맞아서, 그날 하루 기운을 정말 많이 내셨어요. 테마리즈시가 나오는 줄 몰랐는데, 덕분에 배도 충분히 불렀답니다. 후기 읽으시는 분들께 조언을 하나 드리자면… 찬합 구석탱이에 있는 쫀쫀한 사각떡은 떡이 아니라 지마미두부입니다. 쑥향이 나서 쑥떡인줄 알고 먹었는데 엄청 달아서 깜짝 놀랐어요. 걔는 디저틉니다. 밥 다 먹고 드세요.

석식은 샤브샤브였는데, 샤브샤브는 한국이 더 입에 맞는 것 같아요. 우동국물같은 달달한 육수라 가족들이 전반적으로 한두입 먹고 물려했습니다. 매운 국물도 있어서 아버지랑 동생은 맛있게 먹었는데, 다른 분들은 매운 것도 못 드셔서 샤브샤브는 많이 남겼네요. 무제한인데 기본제공된 고기도 다 소비하지 못한 게 아까웠습니다. 근데 아침 점심을 잘 먹어서 배가 고프진 않았어요ㅋㅋㅋㅋ

호텔 컨디션 쾌적하고, 조식이 맛있었습니다. 메뉴들이 한국인 입에도 맞고 다 좋았어요. 가까운 곳에 세븐일레븐, 로손, 패밀리마트가 다 있어서 편의점도 여러번 갔구요, 24시 마트가 있어서 거기도 구경갔었는데 의외로 마트엔 찾는 게 없어서 휙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남들 다 잠든 새벽 1시에 동생이랑 출출해져서 편의점엘 걸어갔었는데요. 나오고 나서야 치안에 대한 생각이 들더라구요. 거리가 너무 조용해서… 근데 보니까 그 시간에도 편의점에는 사람이 두엇 있었고, 횡단보도에 젊은 여성분 한분도 계시길래 치안이 나쁘지 않나보다 했습니다. 다음날 가이드분께 여쭤봤더니 실제로 치안이 좋다고 하더라구요! 밤마실도 즐거웠어요ㅎㅎ

이번 여행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오직 비행기의 연착 뿐이었습니다. 비도 첫째날에만 왔으니까요! 일정도 좋았고, 차량, 호텔, 식사, 다 좋았습니다. 호텔 직원분들도 다 친절하시더라고요ㅎㅎ

단체여행이라면 불편해할 가족구성원이 있었고, 제가 차냄새에 때문에 멀미를 해서 관광버스를 못 탑니다. 그런 와중에 쾌적하게 차 타고 가족끼리 이동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던 거 같아요. 주변에도 추천할 수 있을 정도!

가이드 분께도 다시 한번 감사하다고 하고 싶네요. 저희 가족이 사진을 구태여 찍지 않는 편인데, 가이드 분이 나서서 항상 찍어주셨습니다ㅋㅋㅋㅋㅋ 남는 건 사진 뿐이라면서ㅋㅋㅋㅋ 아버지가 조금 짖궂으시고 말도 많으신데 매번 대꾸해주시는 것도 일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날에 고생도 너무 많으셨구요. 좋은 분이셨어요.

오키나와 가족여행 생각하시는 분들께 완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시콰사로 만들어진 제품 많이 드세요. 상큼달달 맛있습니다b 저 아이스크림도 마트에서 파는 음료수나 젤리도 싹 다 시콰사맛만 먹었어요ㅎ